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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자녀를 둔 나는 아이가 커갈수록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학습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자녀를 잘 키워낸 분들의 책도 보고 영상도 보다가 이런 결론을 내렸다. 

 

# 현재 초등학교 교실 속 모습

 

 요즘 문해력이 심각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이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를 나갈 수 없을 지경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문해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개개인이 독서를 하지 않아서라고 탓하기엔 환경이 너무나 달라졌다.

 

 보통은 어린아이를 둔 사람들이 참고자료로 삼는 것은 자녀를 훌륭하게 다 키워낸 분들이 쓴 책을 교본삼아 자녀 양육/교육방식을 배우는데 그 분들이 자녀를 키울때와 지금의 양육 환경은 너무나도 다르고,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 또한 갈수록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불과 1-2년전의 상황과도 매우 달라져 있는것이다.

 

 이전의 분들이 자녀를 키울때는 유튜브도 핸드폰도 없었기에 그 두가지와 힘겹게 싸워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미디어에 덜 빠져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심지어는 초등 교실속에서 유튜브 영상을 교육자료로 적극활용하며, 수업시간에는 핸드폰을 활용한 활동도 너무 많이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과 유튜브 적게봐라 핸드폰 그만봐라라는 잔소리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 준비물을 모두 준비해 주는 학교, 일정을 모두 짜주는 엄마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 놀랐던것이 준비물을 모두 학교에서 준비해 준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필요한 모든 준비물을 선생님께서 알아서 이미 다 준비해 놓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곤란을 겪지 않기 위해 이번주 준비물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다가 문방구에가서 준비물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가정환경이 어려워 준비가 힘든 친구들에게는 너무 좋은 시스템이다.)  

 

 알림장도 요즘은 모두 어플을 통해 공지한다. 아이가 입학하고 나서 알림장을 써온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선생님들이 적으라고 시키지 않으니까. 알림장을 쓸 필요가 없으니 선생님 말씀을 한번 더 귀담아 들을 필요도, 글을 쓸 필요도 없어진 아이에게 왜 자기일을 스스로 야무지게 챙기지 못하냐고, 글을 왜일 못쓰냐고 타박한 나를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못하는것이 아니라 아이가 해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지 않았던 것 뿐인데 나 어릴적 생각만하고 아이를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방과후 교육 스케쥴이나 학원들도 지금은 모두 엄마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아이 시간을 채워넣고 있다. 아이가 선택해서 고른 수업이 아니다. 그러니 자기가 선택하지 않았으니 무슨 요일, 몇시에 어떤 수업이 있는지 기억하기가 더 힘들고 엄마가 알아서 알려주고 데려다주니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엄마가 하는 대로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 

 

 생각해보니 나도 어느면에서는 아이와 의논없이 내가 알아서 스케쥴을 짜고 아이에게 통보하는 의도치 않은 헬리콥터맘이 된 일도 있다. 

 

# 숙제가 사라지면서 선생님의 권위도 같이 사라져버렸다.

 숙제를 해가지 않으면 아이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거나 곤란해지니 그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숙제를 열심히 해갔다. 그리고 선생님께 혼나는 것 또한 걱정이 되어 숙제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숙제를 내주어도 해가도 그만 안해가도 그만인 상황이다. 그러니 선생님께 혼날게 걱정될 일이 확연히 줄고, 통지표에도 아이의 학업수준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게하니 자기가 잘하는 줄로만 알고 지내다 그렇게 갑자기 중학교를 입학하게 되는것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까지 늘상 좋은 말만 듣다보니 선생님께 듣기 싫은 소리는 듣을 필요도 없게되고 듣기 싫은 소리를 참아내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숙제가 사라진것이 선생님의 권위까지 함께 사라져버리게 할 줄은 몰랐네.

 

# 공교육이 상실한 기능을 모두 가정에서 채워넣어야 하는 상황

 위에서 말한 공교육이 행해왔던 것들이 모두 상실되면서 이제 그 모든것을 가정에서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가정에서 그 많은 것들을 다 채워주기는 불가능하니 사교육에 더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어졌다. 난 또 왜이렇게 사교육이 횡행하나 했다. 사교육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놓고 사교육비 지출이 심각하다면서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키운 사람들의 방법 중, 나에게 맞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취하되, 달라진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너네때는 애 키우기 쉬었지, 지금은 너무 힘들어, 돈 없으면 애 못키워"가 아니라 지금 상황이 이렇게 달라졌고, 달라진 원인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원인을 알면 방법도 찾을 수 있으니 멍때리지 말고 항상 상황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원인을 알고나니 애를 쥐잡듯 잡을 일도 없어지고,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멍때리고 엉뚱한길로 가다가는 정신차렸을 때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와 있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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